태교

소소한 일상 2010. 1. 28. 12:46
임신한지 19주가 되었다.
절반의 길을 우왕좌왕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 절반의 길을 오면서 줄인것이 있는데...TV와 인터넷이다.
태교의 이름으로.

TV와 인터넷을 하면서 즐겁기 보다는 마음이 무거워진 적이 너무 많았고, 왠지 머리만 아파왔다. 
이러한 험난한(?) 세상을 엄마 뱃속에서 나오기도 전부터 익숙하게 만들어 주기엔 너무 미안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거리를 두고자 했다. 뱃속에 있을때라도 보호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핑계로, 태교를 한다는 이유로 이런것을 멀리하니 좋은 점이 생겼다. 
온전히 나와 뱃속의 아이들, 그리고 신랑에게 집중하게 되는 삶.
그러면서 맑아진 듯한 머리.

아무래도 이 맛을 한번 들이니, 아이들 낳을때까지 쭈욱 이 태교는 이어질듯 싶다.

근데, 둘다 아들이라는데, 체력은 좀 길러야 하겠지?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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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토요일 오후가 갑자기 뒤흔들렸다.

아랫배 밑으로 뭔가가 흘러나오는 느낌과 함께 공포감은 밀려왔다.

맑고 맑은 짙은 핑크빛 핏물이 흘렀다. 사지는 떨리며 굳어갔다. 목소리는 찢어지듯 "어떡해"를 외쳤다.  

변기에 앉아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에 목놓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의사에게 전화걸어 어찌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내 목소리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유산기라며 서둘러 응급실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금 더 크게 터지고야 말았다.

병원 갈 준비를 하는 그도 얼굴은 굳었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추수감사절 연휴의 응급실은 너무나도 붐볐다. 급한 나의 사정따위를 봐주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내내 타들어가는 심정은 입안을 더욱 심하게 바싹 말렸다. 

차가운 플라스틱 응급실 대기 의자에 기대앉아,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괜찮을거라고 괜찮을거라고.



대기한지 3시간이 훌쩍 지나서 받은 초음파에서 두 아이 다 심장이 잘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

응급실 침대에 누워 쌍둥이를 축하해주는 의사에게서 앞으로 이틀간은 침대에 누워 안정만 취하라며 유산이 되지 않았지만, 자궁내에 출혈이 보이다면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감사한 마음에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이렇게 놀란 마음 진정이 되고 나니, 어찌나 고맙고 또한 미안한지...

월요일, 다시 찾은 병원에서 두 심장 잘 뛰는것 확인하니 더욱 고마웠다.



이제는 끊어진 핏방울에게도 고맙고, 입덧으로 인한 구역질도 고역이지만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큰일에도 엄마 뱃속에서 잘 버티어준 나의 두 아가들에게 너무 고맙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생명의 귀함을 알게 하시고, 감사하게 하시고, 이 무지했던 예비 엄마 이렇게 가르쳐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귀한 선물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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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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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널린게 후기인데 나까지 더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임신중이라는, 나도 곧 엄마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한글자라도 남기고 싶었달까?

책에 나오는 엄마는 대단히 억척스럽게 살아왔던, 정말 치열하도록 열심히 살아왔던 전쟁 이후의 대단했던 엄마들에게 바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식들 배 곯지않게 하려고 온갖 궂은일들을 마다치 않았던 경이로울 정도의 능력들을 발휘했던 그 엄마들...

지금도 분명, 책의 엄마처럼 대단한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엄마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은 이젠 좀 보기에 드물지 않을까? 요즘 엄마들은 자신만을 위한 생활들을 뭔가 하나씩은 하고 있고, 또 뭐 나도 엄마가 되어 나의 생활(?)을 포기할 용기 같은 거 전혀 없으니깐. 사실, 나는 나의 엄마가 내게 베풀어 주신 것의 반이라도 제대로 따라할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소설속 엄마는 너무 희생적이어서 괜히 더 화가 났다고나 할까? 그리고 작가가 작품 속 가족들에게 너무 잔인하다고 느낀건 내가 아마도 죄많은 딸자식이어서 그런것 같다. 

소설속 엄마의 큰 딸이 큰 오빠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죽기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면서 엄마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서러워하고 후회하는 모습이 있었다. 당연히 나도 아! 저런후회 하지않도록 해야지라고 다짐 하고야 말았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진리-있을때 잘하자-를 다시금 일깨워준, 가슴 아리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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