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7.30 [단편] 유행
  2. 2009.07.11 [단편] 인터뷰 2
  3. 2009.06.25 [단편] 빨래하기 좋은 날 6
  4. 2009.04.09 [단편] 파렴치한 도둑질 6

나 이보영은 공부는 당연히 잘 했으며, 운동도 또한 잘 했으며, 노래도 잘 불렀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라는 칭찬을 항상 받았으며, 게다가 얼굴도 전교 얼짱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반 얼짱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으므로, ..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참 많았다.

그러니 인기있는 내가 읽고 있던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를 내 짝의 뒤의 뒷줄에 앉아 수학시간이면 졸고 있고 , 영어시간에는 혼자 낙서하며 창밖을 내다보거나 , 책이라고는 교과서를 세워 그 뒤에서 몰래 읽는 만화책이 다였던 진영이조차 읽게 된 것은 분명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정말 봄철의 곰 부분 너무 좋다. 나도 미도리처럼 그렇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가 정말 글을 너무 잘 쓰는 것 같아, 어쩜 이렇게 내 마음에 꼭 들게 글을 쓸수가 있는거지?”

정말 니 덕분에 소설 좋은거 읽게 되서 기분 좋아.”

등등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 이보영은 마치 미도리가 되어 와타나베의 절정의 산물을 나의 속옷에 받은듯한 그런 야릇한 뿌듯함을 느꼈다 . 그러니 더더욱 하루키의 소설들을 나의 귀한 소장목록 우선순위에 두고 ,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게 된것은 , 마땅히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 왜냐면 , 나는 우리반에서 인기있는 앞서가는 여학생이었으므로 .

“하루키가 왜 그렇게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나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팅이요라고 이야기 할 때, 자신있게 일본어를 먼저 배워 하루키의 원작을 원어로 읽어보고, 그에게 감상문을 보내는 것이 대학입학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나의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대답에 우리반 아이들 모두 경외스러운 눈빛을 보내주었던 것이 조금전 문학시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왜 하루키가 좋냐고 물어보다니 , 그런 질문을 한 선주가 좀 어이 없었다 .

같은반 최선주는 나보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으며, 운동도 못 했으며, 목소리도 별로여서 노래도 잘 못했으며, 성격은 꼬였다라는 평을 들었으며, 얼굴은 보통이라고 해주면 칭찬이다 싶을 정도였으므로, 물.론. 남자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에게 조.차. 인기가 없었다.
이러한 선주에게, 그럼에도, 나 이보영은 착하게 대답해 주어야 했다. 왜냐면, 나는 우리반에서 인기있는 앞서가는 여학생이었으므로.
“글쎄, 일단 하루키가 글을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워낙 잘 쓰잖아. 너도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 내 말을 이해할수 있을꺼야.” 하고 상냥하게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 그녀의 약간 꼬인 성격을 나는 잘 알고 있었으므로.
“물론, 나도 하루키 소설 읽어봤어. 상실의 시대는 이미 작년에 읽었고, 우리 언니 덕분에. 그런데 난 너처럼 그렇게 하루키의 소설이 좋지는 않았거든? 물론, 그의 약간은 독창적인 문장력은 심히 감탄이 나올만 하지만, 그래서 읽을 때 가끔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공허함만 가득한 글의 내용이 나에겐 별로 뭉클한 감동을 주지도 않고, 사실 읽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훌륭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지도 않거든. 또 나의 흥분을 끌어낼 만큼의 그의 글이 독창적인 생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뭐 가끔 읽기는 하지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거든. 나한테는 그의 소설이 이 정도인데, 너는 하루키를 그렇게 좋아한다니깐 그 구체적인 이유가 무얼까 좀 궁금해서 말이야.”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하루키를 이미 작년에 읽어봤다는 데서 먼저 당황스러웠고, 나에게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하루키 소설에 대해 내 앞에서 평가를 내리며 별로인것 같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물론, 소설은 개인취향의 문제이므로, 안 좋아할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하루키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그런 소설가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반에서는 나를 따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좋아할 것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주는 질문을 계속했다.

“니가 그렇게 하루키를 좋아하면, 너도 하루키 팬 카페같은 것도 들었겠다?”
“그럼, 당연하지.”
올 초에 나는 하루키 팬카페에 가입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처음에 잠깐 하고는 안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내년이면 고3이 되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주업은 공부이어야 할 학생이다. 그런데 팬카페까지 활동을 하려면,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그냥 짬을 내어 소설을 한권 읽은 것만으로도 나는 나의 활동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키 팬카페 활동은, 대학가고 난 다음에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언니가 사실 하루키 팬카페 카페지기거든. 언니가 너 이야길 물어보더라고, 카페에 우리학교 여자아이가 하나 가입 신청을 했는데 혹시 아는 친구냐고.”
“어? 그래? 니 언니가 날 알고 있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무슨 글을 올렸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많은 가입자들중에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뭔가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이야기 아닌가.
“언니가 널 승인 해 줬는데, 니가 너 때문에 우리네 학교 전체가 지금 하루키를 읽고 있다고 가입인사글 한번 올리더니 활동을 하나도 안한다고, 어떤애냐고 묻더라고. 그러면서 언니가 너에 대해 유행따라 하루키 좋아하는 애 아니냐고 하더라고. 요즘엔 하루키 좋아하는 것이 무슨 대세인것 처럼 너도 나도 하루키 좋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왜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좋다고만 말하는 부류라고. 왠지 하루키 좋아하면, 감성이 풍부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싸구려 로맨스에 목매는 낮은 수준의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그냥 하루키 팔면서 문학적인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즐기는 그런 사람들만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유행따라 하루키 좋아한다고 이야기는 하고 남들이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지적소양, 감성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듯 불쌍하게 여기면서 자기가 시대에 앞서가는 사람인양 우쭐해하며 그런걸 즐기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너는 어떤 애냐고 물어보더라고. 자기때문에 다들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자랑하고는 끝인것으로 봐서 너도 그런부류 아니냐고. 그래서 니가 아까 하루키한테 감상문을 직접 일본어로 써서 보내고 싶다고까지 하길래 그런 부류보다야 한 차원 높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거야.”
“뭐 큰 이유 없어도 그렇게 신경쓰지마, 너 이보영이 설마 유행따라 그냥 하루키 좋다고 이야기 한거겠어?”
“참. 우리언니 말도 별 신경쓰지말고, 너도 내 성격 꼬인거 잘 알고 있잖아? 우리 언니도 나랑 별반 다르지 않거든?”
왠지 목덜미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나는 참아야 했다. 왜냐면, 나는 우리반에서 인기있는 앞서가는 여학생이었으므로.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

저 이렇게 지금은 초라해 보여도, 사실 전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하하하. 안 믿으시네. 그래도 뭐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니니, 뭐 괜찮습니다. 사실, 제가 어릴적부터 말을 좀 잘하는 편이었죠. 저희 어머님께서 저보고 항상 저 주둥아리만 둥둥 떠 다닐놈. 이라고 격려 아닌 격려도 많이 하셨구요... 하하하 암튼, 그 주둥아리 덕에 학생때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기도 했었죠. 선생님도, 아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아무튼 선생님도 잘 아시겠지만, 요즘엔 말 잘하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대 아닙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미팅에 나가도 언제나 제 말빨덕에 미인들이 항상 제차지더군요. 여자들 은근히 말 잘하는 남자 좋아라 하더라구요. 뭐 생기기도 이만하면 대학민국 표준 이상은 되는 셈이니깐. 하하. 한마디로 전 좀 킹카였었네요. 아하하하-. 안 믿으시는 거에요? 아. 선생님. 진짜라니깐요.

 

그렇군요.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킹카시절 이야기가 나오다니. 아하하핫. 제 특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법입니다. 하하.

 

그러니깐 제대하고 나서 복학하기전에 그 남는시간 빈둥거리며 지낼때 있지 않습니까? 남들처럼 방바닥 열심히 긁으며 지냈는데, 그게 참 무료하기 그지 없더라고요. 제가 좀 게으른 편이라 남들처럼 몸쓰는 아르바이트는 하기 싫고 해서 재미삼아서, 제가 말빨이 되니깐 글빨도 은근히 괜찮은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에 낙서 비스무리하게 글을 좀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유머나라 뭐 그런거에서 동호회 같은거 하고 그럴 때거든요. 암튼,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인기 좀 끌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 대박을 터트릴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제 글이 점점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더군요. 진짜 하루에도 수백명이 넘게 제 글을 읽고 또 팬이라면서 선물도 보내주는데, 그것 참 구름위 손오공이 전혀 부럽지 않은, 아 그런거 아실라나. 그때가 바로 제 인생의 황금기가 시작되는 때였는데, -았죠. 왠지, 더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것 같은 그런 기대감도 들고 그러더니. 정말 좋은 일이 계속 생기더라구요.


그게 말이죠 출판사에게 책 출간 제의가 들어온 거죠. 그때 제 친구놈들이 절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그놈들 술값으로 계약금 다 들어갔지만, 뭐 그때야 다들 그런거 아닙니까? 나중에 울 어머니 그 사실을 아시고, 술로 집 말아 먹을 놈이라고 좀 뭐라 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이젠 작가가 되었다니깐 어찌나 좋아라 하셨는지. 좀 아쉽다면, 그때 그 계약금으로 울 어머니 속옷 한벌 못사드린게 좀 걸리기는 하지만, 뭐 이제 계약금보다 더 큰 인세가 들어올텐데 하면서 그때 사드리면 된다 싶었거든요.

 

그 책 제목이, ‘덤벼!동키호테!’ 라고, 제대 휴학생 백수일기 쯤 되는 책이었는데. 혹시 안 읽어보셨나? 그거 진짜 베스트셀러였는데... 그거 그거 혹 코메디 백수일기라고 전에 코메디프로에서 하던건데, 모르시나보다. 암튼, 제 생각엔 그 친구가 제책에서 아이디어 얻은 거 맞다니깐요. 아무튼 그게 얼마나 잘 팔렸는지 그걸 나중에 4번이나 더 찍어냈습니다.


예. 4번이나 말이죠. 하하하. 선생님이 그런 기분 아실려나? 통장에 다달이 하는거 하나도 없는데 꼬박꼬박 돈이 툭툭 들어오는거 확인하는 그 맛. 그거 진짜 든든하거든요. 로또 이거 당첨되도 그렇게 든든한 기분 들겠지요? 암튼, 그렇게 돈이 들어오는데 말이죠......

 

아, 울 어머니 속옷이요? 아하하하. 그게 사실. 뭐 어머니한텐 좀 죄송스럽게 되었지만, 아들놈이 이젠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데 그게 효도한거 아니겠습니까? 뭐 못사드렸죠. 한달  저 쓰기도 사실 충분하진 않더라구요. 그렇게 큰 몫돈도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두번째로 책을 내려고 하는데, 그 출판사가 너무 나한테 팍팍하게 구는겁니다. 사실은, 제 가 쓴 책인데 수익금을 출판사랑 나누는게 영 개운치가 않더라구요. 사실, 한권에 만원 가까이 팔았었는데, 저는 겨우 700원도 안되게 받았어요. 이거 좀 출판사가 너무 심한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새로 내는 책은 책값의 반은 달라고 했는데, 절대 안된다고 하는 거에요. 처음내는 책인데 700원은 많이 준거다. 올려도 1000원 이상은 못준다 그러는거에요. 아, 그게 말이됩니까? 책값 나머지 다 자기들이 먹으면서....


당연히 1000원 그거 가지고는 제 맘에 안차죠. 나 무시하는 것 같아서 영 기분만 잡치더라구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내가 돈벌어다 준게 얼만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죠. 나같은 재미난 작가를 몰라주는데 당연히 많이 섭섭하죠. 그래서 다른 출판사를 알아 보는데, 왜 그렇게들 작가를 홀대하는건지. 출판사들 완전 거져들 먹으려고 하는게 다들 비슷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확 출판사를 차려 버렸죠. 뭐 출판사 별거 있습니까? 사업자 등록증 하나 내고, 그냥 인쇄소랑 계약하고. 그러면 다 되는거 아닙니까?

 

‘이일병, 행군중’ 이라고, 군대 이야기를 하나 썼는데, 제가 쓰고서도 흐뭇할 정로로 참 재미가 있었어요. 근데, 뭐 짐작하시겠지만, 책이 잘 안팔리더라구요. 희한하더라구요. 그리고 출판사라는게 마케팅이다 뭐다 비용이 계속 들어갔더라구요. 서점들도 디게 깐깐하게 굴고 말이죠. 그게 생각보다 잘 안 팔리니깐, 서점에서도 계속 반품만 들어오고. 많이 갑갑했죠.


아니, 그새 그렇게 사람들 취향이 바뀌었을꺼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첫번째 책보다 더 재미있었는데, 사람들 진짜 이상한게, 그거 다 제 이야기거든요, 그거 절대 어디서 베낀 내용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책더러 뭐 코메디 프로랑 비슷하다면서 베껴낸 책이라고 말들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 기분만 드럽더라구요. 암튼 그래서 그 책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첫번째 책처럼 많이 팔릴줄 알고 찍어내기도 좀 많이 찍었었는데, 완전 빚만 남고 망했죠.


에. 처음해서 망했다고 물러나면 안되죠. 오기가 있지. 그래도 그 다음건 실수 안한다고 해서 시장조사 돈 들여서 다 하고, 미리 인터넷에 맛배기로 조금씩 흘려 반응도 살피고,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했거든요. 전문 일러스트까지 써 가면서 투자도 많이 한거였고, 그리고 글도 열심히 쓰고, 날밤도 많이 깠어요. 제가 학교다닐때도 밤새워 가면서 공부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그땐 간절해서 그랬는지 밤도 잘 새워지더라구요. 그렇게 죽어라 했는데. 거 참.

 

‘내가 사랑하는 백수’라고. 진짜 이건 온라인에서는 꽤 반응 괜찮았거든요. 웃기다고, 누군 감동이라고 까지 그랬는데. 그런데 제목을 잘못 쓴건지, 괜히 백수를 제목에 집어넣는 바람에 완전 쪽박차 버린거죠. 근데 사람들 진짜 이상한게, 책 내라고, 글 재미있다고 할때는 언제고, 정작 책으로 나오니, 전혀 사보질 안더라구요. 그래가지고 결국 이놈의 책 두권 낸다고 했다가 빚만 잔뜩 늘어나서......

 

그 첫 책 인세받은 돈이요? 그거야 다 해서 5천도 안되는 돈이었는데요 뭐. 첫 책 계약이라 제가 너무 몰라서 너무 싼 값에 계약을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거죠. 두배는 더 벌수 있는건데, 제가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었죠. 아무튼 그걸로는 차 한대 사고 술좀 사먹고 하니깐 좀 창피한 이야기긴 하지만 한푼도 안 남았거든요. 그래서 출판사 차릴때는 돈을 좀 융통했었는데, 근데 뭔 이자가 그렇게 늘어나던지. 책은 안팔리지, 빚은 이자해서 계속 늘어나지. 저한테서 술 그렇게 얻어 먹던 친구놈도 그때 그렇게 배신들을 때리는데...... 나원참. 한놈은요, 지 전화번호까지 바꾸어 버리더라구요. 진짜 배신감에 디지게 줘 패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에잇. 김선생님, 저 술 한병 더 시켜도 괜찮겠습니까?

 

, 그 빚이야. 결국 어머님께서 전세금 빼서 해결해 주셨는데, 그것땜에 어머님은 이모님댁에 얹혀 지내시고, 으휴-. 무진장 속이 상하셔서 드러누우셨다고 하는데, -.


못 찾아가겠어요. 나보면 그 노인네 울기부터 먼저 할텐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니 어찌나 정신없이꼬이던지. -.

 

그렇게 됐습니다. 여기서 지낸건 한 2년 좀 넘어가는 것 같네요. 그래도 김선생님. 저 아직 안 죽었습니다. 저 나이 이제 겨우 서른 둘인데. 여기서 이렇게 죽을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아니, 제가 몸이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라서 그런 일은 자신이 없어서...... 제가 그래도 글쓰는 재주는 있으니 그걸 어떻게 살려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또 쓰는게 하나 있긴 하거든요. 이게 극비라서 말씀드리기엔 좀 그렇고 말이죠. 요즘 아이디어 훔쳐가는 놈들이 워낙 많지 않습니까? 이번꺼는 정말 감이 팍 오는게 제대로 대박날 자신 있습니다.

 

꼭 책 쓴다고 책 많이 읽으라는 법 있습니까? 책 안 읽어도 아이디어 얻을곳은 많더라구요. 그리고 그 책 읽을 시간이면 제 책을 써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게 맞는 거죠. 그리고 창피하다면 창피할수도 있는데, 저 원래 책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었는데요. 하하하. 그래도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더라구요. 아하하하. 그러니 말빨, 글빨은 하늘이 내리는게 맞는 거 같더라구요.

 

제가 오늘은 이렇게 김선생님한테 국밥이랑 술한잔 얻어 먹었지만, 담에 제 책 나와서 잘 팔리면 김선생님은 베스트셀러 작가한테 국밥 대접한거니깐, 아주 큰 자랑거리가 될겁니다. 그러니 손해보는 장사하신건 아닙니다. 아하하하.

 

김선생님도 하시는 사업 잘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 아주 맛있었습니다.

 

*

 

당신 오늘 취재는 어땠어요? 노숙자 인터뷰 한다더니. 잘 됐어요? . 권사장님 전화왔는데, 이번에는 꼭 자기랑 계약해야 한다고, 저번에 술먹으면서 이번 책은 반드시 권사장이랑 하겠다고 당신이 그랬다며? 이번에도 베스트셀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꼭 계약해야 한다고 그러던데......


근데, 당신 왜 그렇게 웃어요?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

하늘이 파랗습니다. 지난 며칠 간 비가 계속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는 구름 한 점 없이 그저 맑기만 한 게 눈부시도록 파랗습니다. 창문너머의 저 파란 하늘이 너무 눈이 부셔 뜨고 있는 눈을 다시 살며시 감았습니다. 이젠 붉은 세상이 보이는군요.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은 흙자주 빛입니다. 흙 자주 빛 속에 계속 누워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파란 하늘이 펼쳐진 게 아주 오랜만이거든요. 그러니 밀린 빨래들을 하기에 정말 안성맞춤인 날입니다.


방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챙깁니다. 굽굽해진 이부자리도 챙깁니다. 옷가지와 이부자리까지 모아 놓으니 빨래거리들이 참 많군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빨래를 해야겠군요. 너무 더러워졌거든요. 반쯤 열린 비닐 장롱 속에 까만 반바지와 붉은진흙 색 티셔츠가 보이는 군요. 갈아 입습니다.

 

주섬주섬 양팔 가득빨래거리들을 챙겨 방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방안에서보다도 더욱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옥탑방문 앞으로 쏟아지네요. 비 온 뒤라 그런지 햇살이 더 눈을 따갑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붉은 대형 고무 대야에 빨래 가지들을 넣고 수돗물을 채웁니다.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가루비누를 물에 풀어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킵니다. 거품 속으로 맨발을 집어 넣습니다. 따가운 햇살과는 반대되는 차가운 기운이 온 발을 감싸고 등줄기까지 올라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차가운 기운이 왠지 속을 뻥 뚫어주는 것같습니다.

 

다리를 들어 첨벙첨벙 힘있게 발을 굴리고 싶은데 무릎이 아파오네요. . 허리도 아파옵니다. 그리고 어깨도. 하지만 이렇게 맑은 날에 빨래를 하지 않으면 이 많은 빨래를 또 언제 다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언제 비가 다시 올지 모르거든요. 다리에 다시 힘을 주고 무릎을 굴려봅니다.  검붉게 올라오는 거품들이 햇살에 반짝반짝 거립니다.

 

한참을 다리를 굴리다가 발을 빼냅니다. 물을 먹어 무거워진 빨래를 옆의 작은 대야위에 건져내고 물을 하수구에 쏟아 버립니다. 쿠럭쿠럭 소리내며 내려가는 빨랫물이 회색빛으로 말라있던 옥탑 시멘트 바닥을 까맣게 물들입니다.

 

다시 물을 대야에 받습니다. 건져두었던 빨래를 다시 담굽니다. 발을 다시 대야로 집어 넣습니다. 발을 구르다가 허리를 피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햇살에 눈은 저절로 감겨집니다.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빨래를 빨리 널어야겠습니다.

 

아가씨? 아가씨?

 

한참을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데, 누군가 절 부릅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올라오셨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시지도 않고 고개만 빼끔 내 놓으시고는 이야기 하십니다. 

 

빨래 하는 거야? 근데 혼자야?

 

제 눈치를 한번 살피시던 아주머니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옥탑방문을 슬쩍 쳐다보십니다. 그러고는 다시 제 얼굴을 쳐다보시며 말을 이거 가십니다.

 

물 좀 아끼지 그래? 아까부터 계속 물소리가 들리던데. 안 그래도 요즘 수도세가 어찌나 많이 올랐는지…… 그리고 내일 월세 늦지 않게 알았지? 이번엔 절대 늦으면 안돼. 우리집 아저씨가 꼭 그렇게 전하래.

 

고개만 내놓고 이야기하던 아주머니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옥탑방문을 다시 한번 슬쩍 쳐다보십니다. 그러고는 다시 내 얼굴을 쳐다보시더니 목소리를 낮추시고는 물어보십니다.

 

근데 어제 또 뭔 일있었어? 얼굴 보아하니… 쯔쯔쯔. 에구. 왜 그러구 살어 정말. 내가 다 답답해서 그래. 조용히 살면 좀 좋아. 쯔쯔. 하긴 아가씨가 너무 착해서 그래. 너무 착해서. 말도 못하고 조용하게 당하고만 있지 말고. 알겠어? 보는 사람들이 답답해서 정말. 으휴. 내가 뭔 참견이라고. 에휴. 암튼, 내말 무슨 말인지 알지? 조용히, 조용히 잘 하면서 살자 이거지 모. 여튼 요번에는 월세 정말 늦지않게… 응? 알았지?

 

혼잣말을 하시는 건지 아니면 제게 이야기를 하신 건지 조근조근 몇 마디 더 하시더니 아주머니는 저와 한번 더 눈을 마주치시고는 몸을 돌려 금새 계단 아래로 사라지십니다.

 

아주머니께서 사라지신 계단을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발을 굴립니다. 햇살이 눈 부실 때 빨래를 마무리해서 널어야 하거든요. 다시 더러워진 물을 빼내고 깨끗한 물을 담아 빨래를 헹굽니다. 

 

빨래 막바지입니다. 이제는 물 가득 머금은 옷가지와 이불을 짜야 하는데 영 팔에 힘이 없네요. 적당히 발로 밟아 일단 대충 물기를 빼냅니다. 옷가지들은 손목에 힘을 주고 돌려 대충 물기를 빼놓았는데, 이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일단 옷가지들을 제키보다도 높은 빨래줄에 팔을 쭉 뻗어 널어 놓습니다. 물이 덜빠져 무거워 휘청거리는 이불도 빨래줄에 널어 옆으로 쫘악 펴줍니다. 무거운 이불이지만 가늘지만 튼튼한 빨래줄위에 펼쳐집니다. 빨래 속 머금어져 있던 물이 아래로 뚝뚝 떨어지면서 햇살을 받아 반짝거립니다더럽던 빨래들이 제 색을 찾고 햇살아래에서 반짝반짝 거리면서 빛이 나는군요. 저렇게 반짝거리는 빨래들을 보고 있자니, 저도 함께 반짝거리는 것 같군요. 맑은하늘 아래 때를 벗어 밝아진 빨래들이 참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그 빨래들을 팽팽하게 잘 받아 들고있는 빨래줄도 대견스럽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없이 너무나 맑고 파랗습니다. 눈을 감고 햇살을 온 얼굴로 받아들입니다. 감은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은 너무 뜨거워 점점 붉은 빛을 띠네요. 이런날은 빨래하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더러운게 깨끗하게 되거든요.

 

-----

 

맞은 편 건물 옥탑방에 사는 대학생이 하교길 집으로 들어가다 빨래줄에 목이 매여져 축 쳐져 있는 그녀를 발견한 건 그날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신고전화를 받고 찾아온 경찰이 옥탑방에 칼에 가슴이 찔린 채 죽어있는 한 남성을 발견한 것도 그 이후였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어려보이는 경찰에게 이렇게 진술했다.

 

아니. 그렇게 착할 수가 없었는데. 어째 그랬을까나. 에고. 빨랫줄에 목맬줄 누가 알아.에이. 왜 그랬을까나. 그 착한게 소리도 못지르고 허구헌날 맞기만 하더니

 

소리를 못 질러요?

 

. 걔가 벙어리랬어. 어려서 목을 다쳤다나 그러던데, 그래도 귀는 안 먹었더라고. 그 서방이라는 놈이 좀 이상했어. 멀쩡하다가도 왜 그렇게 앨 때리던지. 에구. 어쩌다 보니, 지가 살려고, 그렇게. 그렇게 찔렀겠지. 그래도 어제는 전보다는 좀 조용한 것 같았는데.

 

그럼 전에도 둘이 싸웠다구요?

 

아니 가끔 그놈이 완전 미쳐가지고 날뛰면서 애를 패더라고. 내가 신고할까 했는데, 우리집 아저씨가 남의 가정사에 괜히 끼어드는 거 아니라고 해서 안했지. 경찰도 뭐 남의 가정사에 못 끼어든다면서. 경찰도 못하는데 우리라고 뭐 별수 없잖아요. 그리고 괜히 그랬다가 그놈이 미쳐서 우리한테까지 해꼬지 할 수도 있는 문제고. 우리가 이런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겠어. 서방이라는데. 알았으면 당연히 진작에 신고했지. 그걸 어떻게 알어. 나야 하고 싶기도 했지만 우리집 아저씨가 하도말리는 통에……

 

-. 알았구요. 그럼 어제는 무슨 특별한 건 없었구요?

 

나긴 했는데 어제는 큰 소리는 안 났거든. 보통 그놈이 고함지르고 쾅쾅거리고 그러는데, 전에는 뭐 깨지는 소리도 들리더라고, 근데 어제는 거의 소리 안 났거든. 나야 뭐 별거 아닌줄만 알았지. 그래서 신고를 안했다니깐. 별일 아닌줄 알고. 그런데 대체 뭔일이 있었길래 그 착한애가 그렇게 사람을 찔러 죽이고는 목을 맺을까나  아까 빨래할 때만해도 별일 없어 보였는데 참.

 

? 그럼 아까 죽기 전에 봤단 말이에요?

 

? 내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아까, 그래. 낮에. 물 내려오는 소리가 한참 들리길래에. 그래서 뭐- 빨래하나보다라고 생각했었다고. 본 게 아니라.

 

안 봤다구요?

 

. 그럼 안봤어. 그냥 물소리 나길래 빨래하는 것 같았다고. 오늘 날도 좋았잖아.

 

경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음날 사건은 벙어리 여인이 남자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후 자살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


제 신랑은 읽고 '너무 우울해.' 라고 평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

*
 
“뭐야 이거? 이거 같은거 아냐? 이거 대체 누가 베낀거야?”
 
제목은 틀리다. 그러나 어미변화, 조사도 거의 일치하는 글. 분명 같은  글이다.
 
만년 김과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인문학상에 접수된 글을 일차로 걸러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맡게 되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읽을 만한 글이 없구나’라고 한탄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명색이 5대 일간지중에 하나인데, 신인 문학상을 없앨수도 없는 노릇. 오며, 가며, 지하철에서도,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도, 볼일 보는 화장실에서도 읽어내야만 하는 것을. 그러던 중 발견된 글이었다.
 
“흐흠. 이거 꽤 괜찮은데?”
 
그래서 이대리에게도 읽어보라 했던 글이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반응, “김과장님, 이거 진짜 괜찮은데요?” 란 평가를 이끌어 낸 작품이 아닌가? 그게 바로 오전의 일. 그런데 그 오후에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과 문체까지 같은 글을 또 읽은 것이다.
 
“이거 외국 작품을 둘이 동시에 베낀거 아닌가요?”
 
“외국작품 베꼈다고 하기엔 너무 한국적인데, 그리고 그렇게 외국 작품 베끼더라도 이렇게 거의 조사까지 똑같이 베낄수 있겠어? 이것 참.”
 
“과장님, 아무래도 둘중 하나가 베낀것 같은데요? 에고. 아깝네. 괜찮은 글인데. 원래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아쉽게 되었네요.”
 
표절 시비가 붙을만한 글은 일단 탈락 시키는 것이 상책. 하지만 김과장은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대리, 이거 좀 아쉬운데. 한번 홍평한테 보여보자고. 연락해봐.”
 
 
**
 
“세상에. 이거 상당히 경쟁력 있는 글인데요? 참신해요, 참신해. 올해엔 괜찮은것 하나 건지셨는데요?”
 
얼마전 라식 수술을 해서인지, 평소보다 더 반짝거리는 눈을 더욱 동그랗게 만들면서 재미난 글을 읽고 난 후의 희열을 갈라진 쉰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는 홍평론가에게 김과장이 말했다.
 
“그래? 그럼 이것도 한번 읽어보지.”
 
제목만 틀린 같은 글에 홍평론가가 눈을 맞춘지 3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뭐야? 이거 똑같은 거네요?” 라는 아까 보다 조금더 쉰듯한 소리가 나왔다.
 
“그렇지? 둘중 한놈이 완전히 베낀거 맞는거 같지?”
 
“아니, 누가 대체 이런 짓을 한거죠? 어떻게 이런 양심 불량인 놈이 글을 쓰겠다고. 이것 참 기분 나쁜데요?”
 
“그래도 이거 원작자만 밝혀지면 상 받을만 하지 않겠어?”
 
“글쎄요. 아주 특출난 작품이 따로 없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렇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홍평을 불렀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어렵게 원작자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깐, 심사위원인 홍평이 괜찮은 작품같다고 해줘야 내가 좀 알아보기라도 하지.” 
 
“어허, 왜 이러세요. 십년 넘게 문학상 담당하신 분께서, 심사위원인 저보다 한수 위이시면서. 그런데 어떻게 원작자를 찾으시려고요?”
 
“글쎄, 그건 차차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이거 뻬낀 놈이 고약해서라도 좀 찾아봐야 할것 같아서. 이 베낀 놈 때문에 원작자가 피해를 보게 하자니 좀 안타까워서.”
 
“그렇긴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는, 세상을 너무 잘 아는 홍평론가였다.
 
 
***
 
김과장은 나머지 두 심사위원에게도 글을 보였다. 역시나 기대했던 반응. 최소 가작은 될수 있다는 평가. 정말 이제는 원작자를 가려내야 한다. 가장 힘들것 같은 일. 매우 까다로우면서도 번거로운 일. 먼저 출품자 최씨와 고씨, 두명에게 연락해서 따로따로 만나기로 했다.
 
똑같은 글이 출품되어서 원작자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말을 마치자 마자, 최씨와 고씨는 똑같이 황당스러운 마냥, 아니 당황스러운 마냥, 아무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를 내면서, 억울해 하면서, 자신의 작품은 자신의 온전한 창작물임을 강조했다. 언제, 왜, 어떻게 그 글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쓰면서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둘은 매우 논리적이며, 아주 설득력있게,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며 설명했다. 정말로 둘다 진짜 같았다.
 
“이거 둘중에 한명은 분명 거짓말하는 건데, 이거 정말 가려내기 쉽지 않네요. 둘중에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기자 하면 정말 딱이겠어요.”
 
“이거 포기하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시상 하더라도 나중에 소송걸리고 하면 좀 골치아프지 않겠습니까?”
 
이대리와 홍평론가는 슬슬 포기하는 눈치였다.
 
“아니야. 그래도 찾아야해.”
 
김과장은 자신이 마치 원작자인양, 두 눈에 벌겋게 핏줄이 설 정도로 힘을 주면서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래전 잊고 있었던 놈에게 당한 배신감이 되살아났다. 김과장의 사랑의 편지들을 짝사랑 하던 여자에게 대신 전해주던 고등학교때 친구라 생각했던 놈. 나중에 알고보니, 이름을 바꿔 자신이 쓴것 마냥 속이고, 결국 그 여자와 사귀었던 그 도둑놈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여자를 빼앗겼기 때문이 아닌, 자신의 글을 빼앗겼을때의 그 배심감이.
 
“남의 것을 지것인양 이렇게 뻔뻔스럽게 거짓말하는 놈들은 꼭 찾아서 싹을 말려야 해.”
 
김과장은 글을 쓴다는 놈이 눈빛하나 떨리지 않고 그렇게 너무나도 진실되 보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울컥울컥 홧덩이가 치솟았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김과장의 몫이었다. 문화부의 최고참인 박부장은 이 일을 없던 일로 하게 하였다.
 
 
****
 
3개월전, 글로 인기몰이를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최씨와 고씨는 언제나처럼 인터넷 서핑 중이었다. 그러다가 둘은 하루 차이로 홈피를 하나 발견하였다. 지난 한달간 방문객 4명. 주인장의 이름은 ‘거짓글쟁이’. 주인장의 핸드폰 번호와 한개의 글이 전부인 홈피. 하지만 방문객이 거의 없는 그곳에서 발견한 그 단 한개의 글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틀후 그 홈피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최씨과 고씨는 그 홈피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아낸 사실. 서버 사용비가 미지급되어서 폐쇄. 복구의 가능성은 제로. 그리고 홈피주인은 현재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친구도 없는 고아였다는 사실까지.

 
 

 
 

덧.

2006년도 싸이의 페이퍼라는 것을 잠시 했을때, 제가 쓴 픽션입니다. 

요즘 저작권 사용료 문제로 대여점과 만화출판사와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냥 원작자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주는 그런 문화가 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그때의 글을 다시 이곳에 올리게 되었네요.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깊고, 원작자의 권리를 법뿐만이 아닌 상식적으로도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여점이란 상상 할수도 없는 불법 사업장이지만, 한국은 글쎄요... 쩝...

원작자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을때, 훌륭한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올수 있겠지요. 그것이 만화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혹은 음악, 영화, 드라마가 되었든지. 중간유통업자들만 배불리는 지금의 문화컨텐츠 유통구조도 좀 바뀌어야 하겠지만, 만들이들의 수고를 좀 알아주고 댓가도 지불할줄 알고, 그들의 창작물에 고마워하는 그런 문화가 좀더 깊어지길 바래봅니다.

뭐 아시겠지만, 불펌은 절대 금지입니다. 펌할 정도로 훌륭하지도 않잖아요?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