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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1 [단편] 인터뷰 2

저 이렇게 지금은 초라해 보여도, 사실 전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하하하. 안 믿으시네. 그래도 뭐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니니, 뭐 괜찮습니다. 사실, 제가 어릴적부터 말을 좀 잘하는 편이었죠. 저희 어머님께서 저보고 항상 저 주둥아리만 둥둥 떠 다닐놈. 이라고 격려 아닌 격려도 많이 하셨구요... 하하하 암튼, 그 주둥아리 덕에 학생때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기도 했었죠. 선생님도, 아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아무튼 선생님도 잘 아시겠지만, 요즘엔 말 잘하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시대 아닙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미팅에 나가도 언제나 제 말빨덕에 미인들이 항상 제차지더군요. 여자들 은근히 말 잘하는 남자 좋아라 하더라구요. 뭐 생기기도 이만하면 대학민국 표준 이상은 되는 셈이니깐. 하하. 한마디로 전 좀 킹카였었네요. 아하하하-. 안 믿으시는 거에요? 아. 선생님. 진짜라니깐요.

 

그렇군요.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킹카시절 이야기가 나오다니. 아하하핫. 제 특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법입니다. 하하.

 

그러니깐 제대하고 나서 복학하기전에 그 남는시간 빈둥거리며 지낼때 있지 않습니까? 남들처럼 방바닥 열심히 긁으며 지냈는데, 그게 참 무료하기 그지 없더라고요. 제가 좀 게으른 편이라 남들처럼 몸쓰는 아르바이트는 하기 싫고 해서 재미삼아서, 제가 말빨이 되니깐 글빨도 은근히 괜찮은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에 낙서 비스무리하게 글을 좀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유머나라 뭐 그런거에서 동호회 같은거 하고 그럴 때거든요. 암튼,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인기 좀 끌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 대박을 터트릴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제 글이 점점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더군요. 진짜 하루에도 수백명이 넘게 제 글을 읽고 또 팬이라면서 선물도 보내주는데, 그것 참 구름위 손오공이 전혀 부럽지 않은, 아 그런거 아실라나. 그때가 바로 제 인생의 황금기가 시작되는 때였는데, -았죠. 왠지, 더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것 같은 그런 기대감도 들고 그러더니. 정말 좋은 일이 계속 생기더라구요.


그게 말이죠 출판사에게 책 출간 제의가 들어온 거죠. 그때 제 친구놈들이 절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그놈들 술값으로 계약금 다 들어갔지만, 뭐 그때야 다들 그런거 아닙니까? 나중에 울 어머니 그 사실을 아시고, 술로 집 말아 먹을 놈이라고 좀 뭐라 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이젠 작가가 되었다니깐 어찌나 좋아라 하셨는지. 좀 아쉽다면, 그때 그 계약금으로 울 어머니 속옷 한벌 못사드린게 좀 걸리기는 하지만, 뭐 이제 계약금보다 더 큰 인세가 들어올텐데 하면서 그때 사드리면 된다 싶었거든요.

 

그 책 제목이, ‘덤벼!동키호테!’ 라고, 제대 휴학생 백수일기 쯤 되는 책이었는데. 혹시 안 읽어보셨나? 그거 진짜 베스트셀러였는데... 그거 그거 혹 코메디 백수일기라고 전에 코메디프로에서 하던건데, 모르시나보다. 암튼, 제 생각엔 그 친구가 제책에서 아이디어 얻은 거 맞다니깐요. 아무튼 그게 얼마나 잘 팔렸는지 그걸 나중에 4번이나 더 찍어냈습니다.


예. 4번이나 말이죠. 하하하. 선생님이 그런 기분 아실려나? 통장에 다달이 하는거 하나도 없는데 꼬박꼬박 돈이 툭툭 들어오는거 확인하는 그 맛. 그거 진짜 든든하거든요. 로또 이거 당첨되도 그렇게 든든한 기분 들겠지요? 암튼, 그렇게 돈이 들어오는데 말이죠......

 

아, 울 어머니 속옷이요? 아하하하. 그게 사실. 뭐 어머니한텐 좀 죄송스럽게 되었지만, 아들놈이 이젠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데 그게 효도한거 아니겠습니까? 뭐 못사드렸죠. 한달  저 쓰기도 사실 충분하진 않더라구요. 그렇게 큰 몫돈도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두번째로 책을 내려고 하는데, 그 출판사가 너무 나한테 팍팍하게 구는겁니다. 사실은, 제 가 쓴 책인데 수익금을 출판사랑 나누는게 영 개운치가 않더라구요. 사실, 한권에 만원 가까이 팔았었는데, 저는 겨우 700원도 안되게 받았어요. 이거 좀 출판사가 너무 심한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새로 내는 책은 책값의 반은 달라고 했는데, 절대 안된다고 하는 거에요. 처음내는 책인데 700원은 많이 준거다. 올려도 1000원 이상은 못준다 그러는거에요. 아, 그게 말이됩니까? 책값 나머지 다 자기들이 먹으면서....


당연히 1000원 그거 가지고는 제 맘에 안차죠. 나 무시하는 것 같아서 영 기분만 잡치더라구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내가 돈벌어다 준게 얼만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죠. 나같은 재미난 작가를 몰라주는데 당연히 많이 섭섭하죠. 그래서 다른 출판사를 알아 보는데, 왜 그렇게들 작가를 홀대하는건지. 출판사들 완전 거져들 먹으려고 하는게 다들 비슷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확 출판사를 차려 버렸죠. 뭐 출판사 별거 있습니까? 사업자 등록증 하나 내고, 그냥 인쇄소랑 계약하고. 그러면 다 되는거 아닙니까?

 

‘이일병, 행군중’ 이라고, 군대 이야기를 하나 썼는데, 제가 쓰고서도 흐뭇할 정로로 참 재미가 있었어요. 근데, 뭐 짐작하시겠지만, 책이 잘 안팔리더라구요. 희한하더라구요. 그리고 출판사라는게 마케팅이다 뭐다 비용이 계속 들어갔더라구요. 서점들도 디게 깐깐하게 굴고 말이죠. 그게 생각보다 잘 안 팔리니깐, 서점에서도 계속 반품만 들어오고. 많이 갑갑했죠.


아니, 그새 그렇게 사람들 취향이 바뀌었을꺼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첫번째 책보다 더 재미있었는데, 사람들 진짜 이상한게, 그거 다 제 이야기거든요, 그거 절대 어디서 베낀 내용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책더러 뭐 코메디 프로랑 비슷하다면서 베껴낸 책이라고 말들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 기분만 드럽더라구요. 암튼 그래서 그 책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첫번째 책처럼 많이 팔릴줄 알고 찍어내기도 좀 많이 찍었었는데, 완전 빚만 남고 망했죠.


에. 처음해서 망했다고 물러나면 안되죠. 오기가 있지. 그래도 그 다음건 실수 안한다고 해서 시장조사 돈 들여서 다 하고, 미리 인터넷에 맛배기로 조금씩 흘려 반응도 살피고,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했거든요. 전문 일러스트까지 써 가면서 투자도 많이 한거였고, 그리고 글도 열심히 쓰고, 날밤도 많이 깠어요. 제가 학교다닐때도 밤새워 가면서 공부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그땐 간절해서 그랬는지 밤도 잘 새워지더라구요. 그렇게 죽어라 했는데. 거 참.

 

‘내가 사랑하는 백수’라고. 진짜 이건 온라인에서는 꽤 반응 괜찮았거든요. 웃기다고, 누군 감동이라고 까지 그랬는데. 그런데 제목을 잘못 쓴건지, 괜히 백수를 제목에 집어넣는 바람에 완전 쪽박차 버린거죠. 근데 사람들 진짜 이상한게, 책 내라고, 글 재미있다고 할때는 언제고, 정작 책으로 나오니, 전혀 사보질 안더라구요. 그래가지고 결국 이놈의 책 두권 낸다고 했다가 빚만 잔뜩 늘어나서......

 

그 첫 책 인세받은 돈이요? 그거야 다 해서 5천도 안되는 돈이었는데요 뭐. 첫 책 계약이라 제가 너무 몰라서 너무 싼 값에 계약을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거죠. 두배는 더 벌수 있는건데, 제가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었죠. 아무튼 그걸로는 차 한대 사고 술좀 사먹고 하니깐 좀 창피한 이야기긴 하지만 한푼도 안 남았거든요. 그래서 출판사 차릴때는 돈을 좀 융통했었는데, 근데 뭔 이자가 그렇게 늘어나던지. 책은 안팔리지, 빚은 이자해서 계속 늘어나지. 저한테서 술 그렇게 얻어 먹던 친구놈도 그때 그렇게 배신들을 때리는데...... 나원참. 한놈은요, 지 전화번호까지 바꾸어 버리더라구요. 진짜 배신감에 디지게 줘 패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에잇. 김선생님, 저 술 한병 더 시켜도 괜찮겠습니까?

 

, 그 빚이야. 결국 어머님께서 전세금 빼서 해결해 주셨는데, 그것땜에 어머님은 이모님댁에 얹혀 지내시고, 으휴-. 무진장 속이 상하셔서 드러누우셨다고 하는데, -.


못 찾아가겠어요. 나보면 그 노인네 울기부터 먼저 할텐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니 어찌나 정신없이꼬이던지. -.

 

그렇게 됐습니다. 여기서 지낸건 한 2년 좀 넘어가는 것 같네요. 그래도 김선생님. 저 아직 안 죽었습니다. 저 나이 이제 겨우 서른 둘인데. 여기서 이렇게 죽을수는 없는거 아닙니까?

 

아니, 제가 몸이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라서 그런 일은 자신이 없어서...... 제가 그래도 글쓰는 재주는 있으니 그걸 어떻게 살려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또 쓰는게 하나 있긴 하거든요. 이게 극비라서 말씀드리기엔 좀 그렇고 말이죠. 요즘 아이디어 훔쳐가는 놈들이 워낙 많지 않습니까? 이번꺼는 정말 감이 팍 오는게 제대로 대박날 자신 있습니다.

 

꼭 책 쓴다고 책 많이 읽으라는 법 있습니까? 책 안 읽어도 아이디어 얻을곳은 많더라구요. 그리고 그 책 읽을 시간이면 제 책을 써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게 맞는 거죠. 그리고 창피하다면 창피할수도 있는데, 저 원래 책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었는데요. 하하하. 그래도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더라구요. 아하하하. 그러니 말빨, 글빨은 하늘이 내리는게 맞는 거 같더라구요.

 

제가 오늘은 이렇게 김선생님한테 국밥이랑 술한잔 얻어 먹었지만, 담에 제 책 나와서 잘 팔리면 김선생님은 베스트셀러 작가한테 국밥 대접한거니깐, 아주 큰 자랑거리가 될겁니다. 그러니 손해보는 장사하신건 아닙니다. 아하하하.

 

김선생님도 하시는 사업 잘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 아주 맛있었습니다.

 

*

 

당신 오늘 취재는 어땠어요? 노숙자 인터뷰 한다더니. 잘 됐어요? . 권사장님 전화왔는데, 이번에는 꼭 자기랑 계약해야 한다고, 저번에 술먹으면서 이번 책은 반드시 권사장이랑 하겠다고 당신이 그랬다며? 이번에도 베스트셀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꼭 계약해야 한다고 그러던데......


근데, 당신 왜 그렇게 웃어요?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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