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세탁을 할수 없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한국식으로는 임대형 다세대주택정도)의 공동 세탁실에 달랑 한대있는 세탁기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었다. 워낙에 오래된 세탁기라 세탁력도 썩 훌륭하다고 할수는 없었지만, 막상 그것이 고장나 버리니 어찌나 불편하던지, 빨래할 거리는 늘어나고, 손빨래는 힘들고...... 빨래거리 다 들고 근처의 빨래방으로 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아파트 주인에게 연락해서 고장났다고 이야기 했지만, 고치는데 왜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던지, 나만의 세탁기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더욱더 간절해진 지난 한주였다. 

한국의 아파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냥 돈 좀 들여서 세탁기 하나 사서 집에 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세탁기 살돈은 있더라도 세탁기 둘곳이 없다. 미국 엘에이의 아파트에는 세탁기를 들여놓을수 있는 다용도실 같은 공간이 없다. 즉 세탁기를 설치할수 있는 상하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욕실바닥에도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도 시설이 없다. 대신 아파트 주민들이 다함께 이용할수 있는 공동 세탁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짜가 아니고 동전을 넣고 작동시킨다.) 가끔은 공동 세탁장도 없는 아파트들도 찾을수 있다. 그런 아파트에 임대하여 살고 있다면 길거리에 있는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 공동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여서 세탁기를 집에 설치한 한국인들도 있는데, 세탁을 한번 할때마다 상하수도 연결을 해주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지인중 집에 몰래 세탁기를 설치한 사람이 있었는데, 한번은 욕조로 연결된 하수관의 물이 빠지다가 연결이 끊어져서 온 집안이 물바다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혹시라도 세탁기를 설치한 사실을 알게되면 수도세를 좀더 많이 지불하거나 퇴거를 당할수 있기 때문에 들킬까 싶어서 가슴졸이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세탁기를 설치할수 없게 만들어 진것은 아니다. 조금 더 비싼 월세를 감당할만한 능력이 된다면, 세탁기 공간이 확보된 럭셔리 아파트 혹은 일반주택을 임대하면 나만의 세탁기를 소유할 수 있다. 즉, 세탁기를 소유하려면 세탁기 가격이외의 여러 재정적인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집에 세탁기가 있다는 것은(몰래 말고) 그 집의 재정적인 여건이 일반의 임대인들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다고 볼수 있게 된다. 

얼마전 지인중 한명이 세탁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넓은 방들과 넓은 부엌, 두개의 화장실, 수납공간이 넉넉한 창고, 그리고 주차장등등 다른것 모두 부러웠지만, 역시나 가장 부러웠던 것은 남들과 세탁기를 공유하지 않고, 빨래 돌리기 전 세탁기에 검은 때가 묻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 없이, 내 가족의 옷가지만 세탁하는 세탁기를 가질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일주일만에 고쳐진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면서 '언젠간 나도...'를 기약해 본다. 

 (몇년 되었는지 알수 없는 항상 이용하는 세탁기. 25센트 동전 네개로 작동시킨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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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 절대 잊어버리면 안되는 날.
4월 15일. 바로 개인소득세신고 마감일.(Tax Day로 불린다.)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와서 가장 성가신 일중에 하나는 단연코 전년도 개인소득세신고를 개개인이 매년 1월1일에서 4월15일까지 접 혹은 대리인에게 서비스를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넷(E-file) 혹은 우편으로 국세청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체국 소인 4월 15일까지 유효) 

한국도 그렇지만 세법이라는 것이 골치아픈 전문적인 분야이다. 그래서 개인이 직접 모든 서류를 정확하게 준비하여 오류없이 보고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회계사와 같은 전문인을 대리인으로 하여 서비스를 받아 보고한다. 

세금 보고해야 하는 개인이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건, 외국에 본사를 둔 주재원이건, 미국국적자가 아닌 단순 영주권자이건 아무 상관없이, 미국에서 조금의 소득이라도 올린 경우에는 '무조건' 소득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 미국의 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학생들은 소득보고란 것을 해본 경험이 없고, 또한 직장인의 경우 회사 경리부에서 대신 개인소득보고를 거의 다 해주기 때문에, 따로 세금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전무한 한국사람들은 미국의 소득세신고 시스템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고 또한 번거롭기 그지없다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가끔 이 세금보고를 몰라서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안하고 넘어가는 한국사람들이 있는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그렇다. 세금보고 잊어버리면 엄청난 시련에 시달릴수 있다. 혹은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인중 작년에 세금보고를 하지 않았던 탓에 미정부에서 일인당 600달러까지 공돈을 나누어 줄때 한푼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다시 회계사를 찾아가서 새로이 소득 신고하고 돈 받고 아주 정신 없었다. 물론 회계사를 평소보다 조금 더 번거롭게 했으므로 조금 비싼 서비스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종종 미국뉴스에는 유명인사들이 세금보고를 제대로 안해서 엄청난 벌금에 혹은 재산 압류, 가끔은 징역살이까지 하는 경우가 보고된다. 세법 제대로 안지키면 이렇게 된다고 본보기를 보여주듯이. 물론 세금 보고를 기간안에 했더라도 잘못한 경우에는 덜낸 세금에다가 벌금까지 강제 추징당하는 것은 물론이다.만약 탈세의 혐의까지 받게 되다면 탈세한 금액에 이자에 이자를 붙이고 벌금을 붙여서 탈세로 번돈의 수십배에 이르는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탈세가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이거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 이 경우 변호사 혹은 회계사에게 엄청난 서비스료를 지불하면서 국세청에 눈물 흘리며 비는게 다반사다. 그럴경우 국세청에서 큰맘먹고 금액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재산압류는 물론이고, 이 돈은 개인파산신청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 공포의 부채로 남아있게 되어, 갚기 전에는 신용평가(Credit)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게 된다. 

그러니 맘편하게 미국에서 잘 살고 싶다면, 4월 15일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매년 꼬박꼬박 소득세 보고 해주는 것이 잘하는 짓일 것이다. 비록 약간의 서비스료를 지불해야 하더라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덧.

1. 한국도 개인소득보고를 개인이 알아서 매년 하라고 한다면? 엄청난 저항이 일어나겠지? 그냥 왠지 궁금해진다. 

2. 세금보고 미리미리 하면 참 좋겠지만 꼭 마지막까지 미루게 된다. 미국인들도 그런가 보다. 그래서 매년 4월 15일에 우체국은 연장근무를 한다. 세금보고 때문에...

3. 절세라 우기며 탈세를 하던 사람중에 미국 국세청의 쓴맛을 본 이후로는 국세청 말 잘듣는 사람으로 개 과천선 많이 하더군요. 미국은 탈세, 아주 중범죄로 다스린다. 걸린 유명인사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부럽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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