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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7 세탁기를 집에 둘수 있다면 당신은 꽤 잘사는 미국인 4
지난 일주일간 세탁을 할수 없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한국식으로는 임대형 다세대주택정도)의 공동 세탁실에 달랑 한대있는 세탁기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었다. 워낙에 오래된 세탁기라 세탁력도 썩 훌륭하다고 할수는 없었지만, 막상 그것이 고장나 버리니 어찌나 불편하던지, 빨래할 거리는 늘어나고, 손빨래는 힘들고...... 빨래거리 다 들고 근처의 빨래방으로 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아파트 주인에게 연락해서 고장났다고 이야기 했지만, 고치는데 왜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던지, 나만의 세탁기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더욱더 간절해진 지난 한주였다. 

한국의 아파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냥 돈 좀 들여서 세탁기 하나 사서 집에 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세탁기 살돈은 있더라도 세탁기 둘곳이 없다. 미국 엘에이의 아파트에는 세탁기를 들여놓을수 있는 다용도실 같은 공간이 없다. 즉 세탁기를 설치할수 있는 상하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욕실바닥에도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도 시설이 없다. 대신 아파트 주민들이 다함께 이용할수 있는 공동 세탁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짜가 아니고 동전을 넣고 작동시킨다.) 가끔은 공동 세탁장도 없는 아파트들도 찾을수 있다. 그런 아파트에 임대하여 살고 있다면 길거리에 있는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 공동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여서 세탁기를 집에 설치한 한국인들도 있는데, 세탁을 한번 할때마다 상하수도 연결을 해주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지인중 집에 몰래 세탁기를 설치한 사람이 있었는데, 한번은 욕조로 연결된 하수관의 물이 빠지다가 연결이 끊어져서 온 집안이 물바다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혹시라도 세탁기를 설치한 사실을 알게되면 수도세를 좀더 많이 지불하거나 퇴거를 당할수 있기 때문에 들킬까 싶어서 가슴졸이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세탁기를 설치할수 없게 만들어 진것은 아니다. 조금 더 비싼 월세를 감당할만한 능력이 된다면, 세탁기 공간이 확보된 럭셔리 아파트 혹은 일반주택을 임대하면 나만의 세탁기를 소유할 수 있다. 즉, 세탁기를 소유하려면 세탁기 가격이외의 여러 재정적인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집에 세탁기가 있다는 것은(몰래 말고) 그 집의 재정적인 여건이 일반의 임대인들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다고 볼수 있게 된다. 

얼마전 지인중 한명이 세탁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넓은 방들과 넓은 부엌, 두개의 화장실, 수납공간이 넉넉한 창고, 그리고 주차장등등 다른것 모두 부러웠지만, 역시나 가장 부러웠던 것은 남들과 세탁기를 공유하지 않고, 빨래 돌리기 전 세탁기에 검은 때가 묻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 없이, 내 가족의 옷가지만 세탁하는 세탁기를 가질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일주일만에 고쳐진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면서 '언젠간 나도...'를 기약해 본다. 

 (몇년 되었는지 알수 없는 항상 이용하는 세탁기. 25센트 동전 네개로 작동시킨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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