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도 봄. K대 야외공연장을 찾은 것은 자유콘서트 때문이었다.
한학번 후배들과 함께 공연장을 꽈악 채운 또래의 인간들과 3시간을 방방 거리며 소리치며 내달렸던, 아직도 잊지못할 그 공연. 물론 다음날 온 몸이 쑤셨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었다...
암튼 그 공연에서 윤도현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밴드인 넥스트며, 최고의 보컬이었던 리아. 등등 인기 뮤지션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건 윤도현 밴드였다.(적어도 내겐. 물론 다들 멋졌었지만.) 
익숙치 않은 처음 듣는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윤밴이 그날 보여준 공연은 내 머리를 띵하게 때렸고, 결국 그날 저녁에 그들의 2집 앨범을 구입하고야 말았었다. 
그날 공연에서 들었던 것은 아마도 "이땅에 살기 위하여"와 "하루살이"였던것 같은데(기억이 가물가물-,-;;) 강한 락 사운드와 비판의식 철철 묻어나는 그 가사덕에 그날 공연장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고, 후에 집에서 그 앨범을 들으면서도 그 공연장에서의 흥분이 되살아나, 참지를 못하고 사운드 빵빵하게 즐겼던 생각이 난다.
20대 초반의 흥분과 열정, 왠지모를 치기의 감성이 즐기기에는 참으로 적당한 앨범이었었다.   

                                             (한동안 열심히 들었었던 윤밴의 2집 앨범)

내가 사준 그 앨범 덕이었는지(-.-;;), 그 이후로 점점 승승장구해 가면서 국민밴드라는 애칭으로 불릴만큼 그들의 인기는 날로 더해졌고, 종종 그들의 정치발언 덕에 가끔은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그들을 지켜보는 건 꽤나 흥미진진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들이 그들의 본업인 음악으로 되돌아 왔는데에도 불구라고,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것 같다. 왜냐고? 음악에 정치색이 가득하다고 비판하는 다구리들의 못난 질투 때문이랄까?

원래 윤밴은 까대는 가사 가득한 그런 락 음악을 하던 밴드였다. 그들의 97년에 내놓은 2집앨범만 봐도 사운드 곱디 고운 그런 음악이 아니라, 전자기타의 쨍쨍거림과 팡팡 터지는 드럼소리, 그리고 강한 비트의 사운드 자체가 반항스러운(?) 음악을 하던 "락" 밴드이다. 거기에다가 가사들은 하나같이 어찌나 "락"스러운지, 가사를 읽어보면 그들의 불평불만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 해도 노래가 된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이런 윤밴이 이번에 내놓았다는 앨범을 조금 들어보니, 뭐 2집이랑 비교하니 별반 더 크게 까대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들 난리인가 싶다. 

97년에도 똑같이 했었는데, 그때는 별말 없더니, 왜 지금에 와서 그렇게 난리들인지... 그때는 인기없는 무명이고 지금은 대중적 인기있는 유명밴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음악을 하면 안된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은데, 도통 나는 이해불가능한 그들의 논리이다. 왜 음악으로 정치이야기 하면 안된다고 못박는 것인지, 그래가지고서야 어디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정치이야기 할수 있는 데가 있을까? 정치는 모든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그렇게 떠들어대는 그들의 좁은 생각에 기가 막힐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윤밴 말고도 많은 이들이 정치이야기 더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이 정치이야기 할때, 그곳이 연예계가 되었든 아니든, '아 재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쿨하게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번쯤 왜 저렇게 이야기 할까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고 말이다. 

아무튼, 이번 윤밴의 "공존" 대 히트하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깃발" 참 맘에 들더이다.


덧.

포스팅 기념으로 간만에 들어본 윤밴2집. 좋구나 좋아. 그래 너흰 이런음악 해줄때가 참 좋았어. 고로 이번 새 앨범도 질러볼까 싶구나. 히힛.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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