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토요일 오후가 갑자기 뒤흔들렸다.

아랫배 밑으로 뭔가가 흘러나오는 느낌과 함께 공포감은 밀려왔다.

맑고 맑은 짙은 핑크빛 핏물이 흘렀다. 사지는 떨리며 굳어갔다. 목소리는 찢어지듯 "어떡해"를 외쳤다.  

변기에 앉아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에 목놓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의사에게 전화걸어 어찌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내 목소리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유산기라며 서둘러 응급실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금 더 크게 터지고야 말았다.

병원 갈 준비를 하는 그도 얼굴은 굳었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추수감사절 연휴의 응급실은 너무나도 붐볐다. 급한 나의 사정따위를 봐주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내내 타들어가는 심정은 입안을 더욱 심하게 바싹 말렸다. 

차가운 플라스틱 응급실 대기 의자에 기대앉아,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괜찮을거라고 괜찮을거라고.



대기한지 3시간이 훌쩍 지나서 받은 초음파에서 두 아이 다 심장이 잘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

응급실 침대에 누워 쌍둥이를 축하해주는 의사에게서 앞으로 이틀간은 침대에 누워 안정만 취하라며 유산이 되지 않았지만, 자궁내에 출혈이 보이다면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감사한 마음에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이렇게 놀란 마음 진정이 되고 나니, 어찌나 고맙고 또한 미안한지...

월요일, 다시 찾은 병원에서 두 심장 잘 뛰는것 확인하니 더욱 고마웠다.



이제는 끊어진 핏방울에게도 고맙고, 입덧으로 인한 구역질도 고역이지만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큰일에도 엄마 뱃속에서 잘 버티어준 나의 두 아가들에게 너무 고맙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생명의 귀함을 알게 하시고, 감사하게 하시고, 이 무지했던 예비 엄마 이렇게 가르쳐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귀한 선물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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