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쯤 되었나보다. 한RSS등록하고 구독을 시작한 것이.
컴치인 내가 RSS가 무언지도 모르고 있다가, 놓치기 아까운 포스팅을 항상 하시는 몇몇 블러거분들의 글을 매번 찾아 읽자니 힘들어서 한RSS를 신청하면 새글을 쉽게 구독할수 있다기에 그렇게 하였다.

시작하고 보니, 정말 너무 편했다. 매번 내가 블로그들를 찾아갈 필요도 없도록, 새글을 금새금새 알려주는것이 아주 깜찍하게 기특(?)했다고나 할까?

이렇게 편한 탓에 하나둘씩 구독하는 블로그가 늘어나 버려서 벌써 23개의 블로그를 RSS등록하고 구독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라도 한RSS를 살피지 않으면 읽어야 할 포스팅들이 확 늘어나 있어서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매번 새글이 올라왔나 안올라왔다 블로그를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는 그 번거러움이 사라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한가지 구독을 시작하면서 아쉬운 점이 생겼다.

나는 좋은 포스팅을 보면 댓글을 달아 주어야 하는 부담감을 느낀다. 왜냐고? 그게 좋은 글을 읽은 예의라고 느끼기 때문에. 비록 잘 실천하진 못하지만...

헌데, RSS를 통해 글을 읽으면 댓글을 읽을수도 없고, 달수도 없게 되어있다. 뭐 한번 더 클릭해서 새창을 띄우면 되긴 하지만, 이게 은근히 시간 걸리고 수고스럽다는 말이지...

그래서 요즘 좋은 글을 읽고도 댓글을 안달게 혹은 못달게 되면서 은근히 블로그 주인장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조금 든다. 이거 어떻게 글도 읽으면서 댓글도 함께 읽고 올릴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는지. 조금 아쉽다는 말이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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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보영은 공부는 당연히 잘 했으며, 운동도 또한 잘 했으며, 노래도 잘 불렀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라는 칭찬을 항상 받았으며, 게다가 얼굴도 전교 얼짱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반 얼짱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으므로, ..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참 많았다.

그러니 인기있는 내가 읽고 있던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를 내 짝의 뒤의 뒷줄에 앉아 수학시간이면 졸고 있고 , 영어시간에는 혼자 낙서하며 창밖을 내다보거나 , 책이라고는 교과서를 세워 그 뒤에서 몰래 읽는 만화책이 다였던 진영이조차 읽게 된 것은 분명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정말 봄철의 곰 부분 너무 좋다. 나도 미도리처럼 그렇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가 정말 글을 너무 잘 쓰는 것 같아, 어쩜 이렇게 내 마음에 꼭 들게 글을 쓸수가 있는거지?”

정말 니 덕분에 소설 좋은거 읽게 되서 기분 좋아.”

등등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 이보영은 마치 미도리가 되어 와타나베의 절정의 산물을 나의 속옷에 받은듯한 그런 야릇한 뿌듯함을 느꼈다 . 그러니 더더욱 하루키의 소설들을 나의 귀한 소장목록 우선순위에 두고 ,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게 된것은 , 마땅히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 왜냐면 , 나는 우리반에서 인기있는 앞서가는 여학생이었으므로 .

“하루키가 왜 그렇게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나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팅이요라고 이야기 할 때, 자신있게 일본어를 먼저 배워 하루키의 원작을 원어로 읽어보고, 그에게 감상문을 보내는 것이 대학입학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나의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대답에 우리반 아이들 모두 경외스러운 눈빛을 보내주었던 것이 조금전 문학시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왜 하루키가 좋냐고 물어보다니 , 그런 질문을 한 선주가 좀 어이 없었다 .

같은반 최선주는 나보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으며, 운동도 못 했으며, 목소리도 별로여서 노래도 잘 못했으며, 성격은 꼬였다라는 평을 들었으며, 얼굴은 보통이라고 해주면 칭찬이다 싶을 정도였으므로, 물.론. 남자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에게 조.차. 인기가 없었다.
이러한 선주에게, 그럼에도, 나 이보영은 착하게 대답해 주어야 했다. 왜냐면, 나는 우리반에서 인기있는 앞서가는 여학생이었으므로.
“글쎄, 일단 하루키가 글을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워낙 잘 쓰잖아. 너도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 내 말을 이해할수 있을꺼야.” 하고 상냥하게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 그녀의 약간 꼬인 성격을 나는 잘 알고 있었으므로.
“물론, 나도 하루키 소설 읽어봤어. 상실의 시대는 이미 작년에 읽었고, 우리 언니 덕분에. 그런데 난 너처럼 그렇게 하루키의 소설이 좋지는 않았거든? 물론, 그의 약간은 독창적인 문장력은 심히 감탄이 나올만 하지만, 그래서 읽을 때 가끔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공허함만 가득한 글의 내용이 나에겐 별로 뭉클한 감동을 주지도 않고, 사실 읽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훌륭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지도 않거든. 또 나의 흥분을 끌어낼 만큼의 그의 글이 독창적인 생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뭐 가끔 읽기는 하지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거든. 나한테는 그의 소설이 이 정도인데, 너는 하루키를 그렇게 좋아한다니깐 그 구체적인 이유가 무얼까 좀 궁금해서 말이야.”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하루키를 이미 작년에 읽어봤다는 데서 먼저 당황스러웠고, 나에게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하루키 소설에 대해 내 앞에서 평가를 내리며 별로인것 같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물론, 소설은 개인취향의 문제이므로, 안 좋아할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하루키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그런 소설가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반에서는 나를 따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좋아할 것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주는 질문을 계속했다.

“니가 그렇게 하루키를 좋아하면, 너도 하루키 팬 카페같은 것도 들었겠다?”
“그럼, 당연하지.”
올 초에 나는 하루키 팬카페에 가입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처음에 잠깐 하고는 안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내년이면 고3이 되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주업은 공부이어야 할 학생이다. 그런데 팬카페까지 활동을 하려면,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그냥 짬을 내어 소설을 한권 읽은 것만으로도 나는 나의 활동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키 팬카페 활동은, 대학가고 난 다음에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언니가 사실 하루키 팬카페 카페지기거든. 언니가 너 이야길 물어보더라고, 카페에 우리학교 여자아이가 하나 가입 신청을 했는데 혹시 아는 친구냐고.”
“어? 그래? 니 언니가 날 알고 있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무슨 글을 올렸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많은 가입자들중에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뭔가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이야기 아닌가.
“언니가 널 승인 해 줬는데, 니가 너 때문에 우리네 학교 전체가 지금 하루키를 읽고 있다고 가입인사글 한번 올리더니 활동을 하나도 안한다고, 어떤애냐고 묻더라고. 그러면서 언니가 너에 대해 유행따라 하루키 좋아하는 애 아니냐고 하더라고. 요즘엔 하루키 좋아하는 것이 무슨 대세인것 처럼 너도 나도 하루키 좋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왜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좋다고만 말하는 부류라고. 왠지 하루키 좋아하면, 감성이 풍부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싸구려 로맨스에 목매는 낮은 수준의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고 말이야. 그냥 하루키 팔면서 문학적인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즐기는 그런 사람들만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유행따라 하루키 좋아한다고 이야기는 하고 남들이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지적소양, 감성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듯 불쌍하게 여기면서 자기가 시대에 앞서가는 사람인양 우쭐해하며 그런걸 즐기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너는 어떤 애냐고 물어보더라고. 자기때문에 다들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자랑하고는 끝인것으로 봐서 너도 그런부류 아니냐고. 그래서 니가 아까 하루키한테 감상문을 직접 일본어로 써서 보내고 싶다고까지 하길래 그런 부류보다야 한 차원 높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거야.”
“뭐 큰 이유 없어도 그렇게 신경쓰지마, 너 이보영이 설마 유행따라 그냥 하루키 좋다고 이야기 한거겠어?”
“참. 우리언니 말도 별 신경쓰지말고, 너도 내 성격 꼬인거 잘 알고 있잖아? 우리 언니도 나랑 별반 다르지 않거든?”
왠지 목덜미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나는 참아야 했다. 왜냐면, 나는 우리반에서 인기있는 앞서가는 여학생이었으므로.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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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많이들 접하는 위인들의 위인스런(?) 일화들. 
그중에 아직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믿고있는 황희정승의 일화.

집에서 부리는 하인 두사람이 싸움이 붙었을때, 황희가 왜 싸우는지 물었더니(혹은 두 하인이 잘잘못을 가려주십사 하고 찾아갔더니), 하인 하나가 자신을 변론하자, "아, 니말이 맞다."고 황희가 동의하자, 나머지 하인 하나가 그런게 아니라 이러저러하다고 다시 자신을 변론하자, "아, 니말도 맞구나."라고 했고, 그러자 이해관계가 없던 또다른 하인 하나가 둘다 맞다 하시면 어떡하냐고, 잘잘못을 가려주셔야 하는게 아니냐 하자, "아, 그것도 그렇겠구나" 했다는 이야기.

이것이 진짜 있었던 일화인지, 아니면 황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일화인지 나로써는 전혀 확인할길 없지만, 있었던 일이라고 믿고 보자. 뭐 이 일화를 놓고 황희는 무능했다라고 비난할 자들도 있겠지만, 나는 절대 무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하인들의 싸움에도 귀기울여 들어주는 그의 친밀함과 너그러움, 또한 논리적 설명앞에는 자신의 방금전 발언이 용납되지 못할것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그의 겸손함과 포용력. 그래서 합을 이루어 낼수 있는 길을 여는 능력. 대단한 능력 아닌가? 이런 능력을 중용이라 하던가? 솔찮히 중용은 비겁함의 동의어로 이해하는 편협한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나는 그의 중용이 심히 부럽다. 

덧붙이자면, 모시는 분에게 잘잘못을 가려주십사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그 하인들의 용기있는 당돌함과 솔직함, 게다가 논리적으로 자신을 변론할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

으아... 황희와 그를 모시던 그 하인들이 심히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덧, 

만약 하인 하나가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렸다면, 황희는 절대 그의 편을 들지 않았을 것을 나는 믿는다. 억지부리는 놈의 편을 드는 것은 정말 비겁한 짓이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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