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의 갑작스런 금요일 월차! 결코 놓칠수 없는 절호의 기회!
캘리포니아 거주 4년만에 처음으로 그 유명한 요세미티를 가기로 급 결정했다.
금요일 아침, 늦잠덕에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날도 매우 화창하니 맑고 기분도 화사했다.
당일치기로 엘에이 근처는 이곳저곳을 다녀보긴 했지만, 일박을 할 정도의 긴(?) 여행을 가는것이 너무 오랜만이어서(3년만) 그런지 귀밑까지 찢어지는 입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부담스럽게 맑은 하늘 덕에, 에어콘 시원찮은 우리 애마는 후끈해졌지만 그래도 신났다고...
상큼이들의 최신유행곡들을 어깨 들썩거리며 따라해주면서 쭉뻗은 캘리포니아 고속도로를 달려주었다.
그리고 여행길에 먹는 인앤아웃버거는 왜이리 맛있는지, 여행후 불러날 몸무게는 '나몰라'가 되었다.

오후에 도착한 요세미티 공원 남쪽입구의 Oakhurst라는 작은 마을의 모텔에서 짐을 풀었다.
모텔의 수영장에서 오후의 뜨거운 햇살아래 잠시 물놀이를 즐겨주시고, 해질녁쯤 근처의 Bass 호수를 찾았다.
호수 백사장에서 과자 먹는 우리를 발견하고, 오리가 접근해 왔다. 심지어 신랑은 봉투를 바스락거리며 오리 두마리를 놀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주는 행동은 국립공원에서 금지하는 행동이기 때문에(공원내 적발시 5천불 벌금), 국립공원 외곽의 호수였지만, 혹시나하는 소심한 마음에 절대 먹이를 주지 않았다고...

(과자먹는 우리를 보고 물에서 달려나와 우리에게 접근하던 오리 두마리)

Oakhurst의 작은 마을은 확실히 대도시와 다르게 금요일 밤인데도 9시가 조금 넘자 모든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결국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의 카지노 호텔을 찾았지만,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가격이 생각외로 비싸서 마을의 대형수퍼마켓(Vons)에 들어가서 저녁거리로 때울것을 찾던중, 한국 컵라면을 발견하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심봤다를 외쳤다는 후문이... :)

모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적당히 먹고, 공원입구를 거쳐 한시간가량 더 운전해서 요세미티밸리 안으로 입성했다. 긴 터널을 딱 통과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무릉도원같은 풍경에 그져 입만 헤 벌릴 수밖에 없었다.

(빛나는 하늘, 겨울내 내린 눈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빽빽히 들어선 나무숲의 풍경-Tunnel View에서)

5월의 요세미티 밸리는 수많은 폭포들의 경연장같은 모습이었다. 산꼭대기에는 군대군대 아직도 덮혀있는 하얀 눈들은 따뜻한 햇살에 녹아서 폭포와 계곡을 이루면서 새차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아래로 아래로 흘렀다. 
 
(Bridalveil 폭포 밑부분에서)


(요세미티 곳곳에서 볼수 있는 크고 작은 폭포들)

(Merced River-Vernal Falll 꼭대기로 올라가는 등산 코스에서)

요세미티 밸리내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을 타고 아무데에나 내렸다. 가까워보이는 등산코스가 있길래 무리를 따라 살살 걷기 시작했는데,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Vernal 폭포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왕복 약 3마일의 코스였다. 상당한 경사를 자랑하는 코스가 안그래도 무거운 나의 다리를 더 무겁게 했지만, 그래도 질수 없다(?)는 오기로 2시간 정도 걸어서 폭포수의 물보라 다 맞아가며 꼭대기에 오르고야 말았다. 젖고 힘들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 멋진 풍경들이었다. 

(Mist Trail-Vernal 폭포로 올라가는 등산로, 폭포수의 물보라로 온몸이 폭 젖고만다.)

(아래로 쏟아져 계곡을 이루는 폭포수-Vernal 폭포 꼭대기에서)

(계곡 맞은편으로 또 보이는 폭포수)

(요세미티 밸리를 나오기 직전 오후햇살을 받고 있는 밸리를 쳐다보면서)

토요일 다시 엘에이로 돌아와야만 하는 일정때문에 아쉽게도 오후에 밸리를 나설수 밖에 없었다. 하루만에 요세미티를 구경하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은 부족하였다. 경치를 구경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내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이 과연 현실인지 아닌지 실감이 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현실이지만 정말 현실같지 않은 풍경들...

다음번에는 꼭 최소 3박4일의 일정으로 공원내 밸리에 숙소를 구해서 실컷 구경할수 있기를 빌면서 그렇게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요세미티는 5월이 물이 가장 많아서 젤 경치가 좋다고 한다. 여행중 만난 한 아저씨는 바로 옆 Fresno에 살아서 자주 요세미티를 찾는데, 9월이 되면 물이 없어서 폭포수들이 많이 말라있다고 했다. 그래도 가을에는 이쁜 단풍들이 상당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을에 한번 더 방문해 볼까나?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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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간 세탁을 할수 없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한국식으로는 임대형 다세대주택정도)의 공동 세탁실에 달랑 한대있는 세탁기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었다. 워낙에 오래된 세탁기라 세탁력도 썩 훌륭하다고 할수는 없었지만, 막상 그것이 고장나 버리니 어찌나 불편하던지, 빨래할 거리는 늘어나고, 손빨래는 힘들고...... 빨래거리 다 들고 근처의 빨래방으로 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아파트 주인에게 연락해서 고장났다고 이야기 했지만, 고치는데 왜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던지, 나만의 세탁기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더욱더 간절해진 지난 한주였다. 

한국의 아파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냥 돈 좀 들여서 세탁기 하나 사서 집에 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세탁기 살돈은 있더라도 세탁기 둘곳이 없다. 미국 엘에이의 아파트에는 세탁기를 들여놓을수 있는 다용도실 같은 공간이 없다. 즉 세탁기를 설치할수 있는 상하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욕실바닥에도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도 시설이 없다. 대신 아파트 주민들이 다함께 이용할수 있는 공동 세탁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짜가 아니고 동전을 넣고 작동시킨다.) 가끔은 공동 세탁장도 없는 아파트들도 찾을수 있다. 그런 아파트에 임대하여 살고 있다면 길거리에 있는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 공동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여서 세탁기를 집에 설치한 한국인들도 있는데, 세탁을 한번 할때마다 상하수도 연결을 해주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지인중 집에 몰래 세탁기를 설치한 사람이 있었는데, 한번은 욕조로 연결된 하수관의 물이 빠지다가 연결이 끊어져서 온 집안이 물바다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혹시라도 세탁기를 설치한 사실을 알게되면 수도세를 좀더 많이 지불하거나 퇴거를 당할수 있기 때문에 들킬까 싶어서 가슴졸이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아파트들이 세탁기를 설치할수 없게 만들어 진것은 아니다. 조금 더 비싼 월세를 감당할만한 능력이 된다면, 세탁기 공간이 확보된 럭셔리 아파트 혹은 일반주택을 임대하면 나만의 세탁기를 소유할 수 있다. 즉, 세탁기를 소유하려면 세탁기 가격이외의 여러 재정적인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집에 세탁기가 있다는 것은(몰래 말고) 그 집의 재정적인 여건이 일반의 임대인들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다고 볼수 있게 된다. 

얼마전 지인중 한명이 세탁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넓은 방들과 넓은 부엌, 두개의 화장실, 수납공간이 넉넉한 창고, 그리고 주차장등등 다른것 모두 부러웠지만, 역시나 가장 부러웠던 것은 남들과 세탁기를 공유하지 않고, 빨래 돌리기 전 세탁기에 검은 때가 묻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 없이, 내 가족의 옷가지만 세탁하는 세탁기를 가질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일주일만에 고쳐진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면서 '언젠간 나도...'를 기약해 본다. 

 (몇년 되었는지 알수 없는 항상 이용하는 세탁기. 25센트 동전 네개로 작동시킨다.)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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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아이
감독 D.J. 카루소 (2008 / 미국)
출연 샤이아 라보프, 미셸 모나한, 빌리 밥 손튼, 로자리오 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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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 영화. 신랑이 DVD를 빌려왔기에 이제서야 보았다.
그런데 중요한 액션장면은 이미 광고로 너무 많이 봤던 장면이여서 그런지, 그 흥미가 심히 떨어지더군..
(요즘 프리뷰 보고나면 특히 액션영화는 완성본을 볼때 별 감흥이 없다. 프리뷰는 심각한 스포일러인 셈이다.)

내용이 터미네이터3를 연상시켰다. 네트웍을 장악한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의 능력(?)은 인간의 제어능력을 무기력화 할 수 있다는 그런 내용...

뭐, 물론 이 영화는 헐리웃의 흥행공식을 충실히 따라서 인간의 승리(?)로 끝나긴 하지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망치는 것은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책임진다는 그 높고 높으신 분들이 아닐까 하는... 그런 메시지...

작년 미국 대선전 개봉영화였는데, 이거 왠지 헐리웃의 부시비꼬기가 반영된 작품인듯 하여 피식거리는 웃음을 멈출수 없었다. 의회연설에서 항상 "무찌르자 테러리스트!"를 외쳐대던 그의 모습이 영화 끝날무렵 장면과 겹쳐지는 건, 이 영화의 제작자들이 분명히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말고~~

암튼, 약간 어설프긴 했지만 그럭저럭 무료한 저녁시간 때우기엔 괜찮았던 영화.


Posted by 지니프롬더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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